아파트 옆 ‘애견 카페 운동장’, 개 짖는 소리에 주민들 ‘소음 지옥’에 갇혔다

직장 등 일상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를 푸는 주말 오후,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바로 아파트 울타리 너머 ‘애견 동반 카페’에 모인 개들의 소음 때문이다. 개들이 모여 한꺼번에 짖는 소음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고통이다.

소음을 참다못한 주민 A(35)씨가 베란다에서 소형 확성기를 들고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공간입니다. 개가 짖지 않도록 해주세요”라고 소리를 쳤다.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데려올 수 있는 아파트 옆 카페에는 495㎡(약 150평) 규묘의 ‘애견 운동장’이 있다.

이날 오후에는 개 10여 마리가 인조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힘차게 뛰어 놀고 있었다.

이 카페에는 애견 운동장이 있어 개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고, 수도권 각지에서 애견인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애견 인구가 늘면서 도심에 애견 카페나 애견 호텔 등 애견 관련 시설물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소음과 악취로 인해 인근 주민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확성기 방송’을 했던 A씨 거주 아파트의 동과 애견 카페의 거리는 불과 직선거리 15m에 불과하다.

A씨는 “4개월 전 아파트 단지 앞에 애견 카페가 생긴 후 올해 네 살인 딸이 잠을 자다가 개 짖는 소리에 놀라 깨서 울곤 한다. 집에 있으면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아 일부러 외출도 한다”고 토로했다.

같은 동 주민 B(41)씨는 “고등학생 아들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더운 날에도 방 창문을 닫아 둔다. 석 달 전 이사를 왔는데 너무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옆 동 주민 C(41)씨 또한 “항상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층간 소음만큼 심한 소음에 시달리는 셈”이라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특히 주말에는 집이 휴식처가 아니라 지옥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애견과 함꼐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멀리에서도 찾아오기 때문에 평소보다 소음이 더 심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지난달 말 주민 공청회와 입주자 대표회의를 열고 카페 소음에 대한 항의 현수막을 걸기로 결의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애견 시설과 주민 간의 갈등이 종종 빚어진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는 330㎡ 규모의 야외 운동장을 갖춘 애견 카페와 인접해 있다.

가장 가까운 아파트의 동과 카페의 직선거리는 50m 정도다.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카페 측은 내부에 ‘개가 짖지 않게 말려주세요’라는 내용의 안내판까지 설치했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5월 주택가에 애견 호텔이 들어서자 주민들이 “소음과 악취가 심각하다”며 반발했다.

카페 업주 D(47)씨는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는 것인데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과 대화해 방음 시설 설치를 논의할 의향은 있지만 가게 이전이나 야외 운동장 철거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 남양주시 해당 읍사무소 관계자는 “애견 카페 관련 민원이 많지만 카페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난감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동물보호법에는 애견 호텔, 애견 미용실 등 “동물 관련 사업장”의 내부 시설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입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애견 카페는 동물 관련 사업장이 안니 식품접객업소로 분류돼 아예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애견 놀이터나 운동장 등 외부에 노출된 시설은 사업체를 등록해야 하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아무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한 울음소리는 소음진동관리법상 소음에 해당하지 않아 지자체에서 관리하지 어려운 실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관련 법규가 없어 갈등 중재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현재로서는 업주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하는 정도”라 말했다.